인공지능과 포스트휴머니즘 Neuroaesthetics

뒤늦은 포스트 하나 올립니다. 작년 말에 출판된 <인공지능과 포스트휴머니즘>에 참여했습니다. 저는 미디어아트 기획자 김경미선생님과 "AI아트: 인간과 기계의 공생"을 썼습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간명하게 동시대 기술문화 현상을 잘 요약한 좋은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책 소개는 여기를 참고하세요. 

  

한국 미디어아트의 흐름 Art criticism

오랫동안 준비한 공저를 지난 달에 출판했습니다. 국내 미디어아티스트 37팀의 인터뷰를 수록하고 미디어, 미디어아트, 그리고 한국 미디어아트의 간략한 역사를 다룹니다. 미디어아트 작업을 하는 작가와 작가지망생, 그리고 한국 현대미술사를 공부하는 모든 연구자들에게 기초적 자료가 되길 기대합니다. 

한국 미디어아트의 흐름
강미정 장현경 지음, 북코리아, 2020


오늘날 우리에게 미디어아트는 과연 무엇인가?

백남준과 박현기 같은 선구자들의뒤를 잇는 미디어아티스트들이 동시대 한국미술계의 중요한 장면들을 연출하고 있다. 또한 미술계에도 한류바람을 타고 젊은 미디어아티스트들이 국외에서도 약진하고 있는 것이 자주 목격된다. 이러한 현실에 반해, 백남준과 박현기 이후 한국 미디어아트의 계보에 관한 일목요연한 저술도, 동시대한국 미디어아트의 현황과 의의에 관한 체계적인 고찰도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드물게나마 관련 저술을만나기도 하지만, 아직은 충분히 성숙된 내용을 보여준다고 생각되는 단행본 저작을 만나기 힘들다. 『한국 미디어아트의 흐름』은 한국 미디어아트의 시초부터 최근까지의 궤적을 되돌아보고, 1970~1980년대 작가부터 30대 젊은 작가에 이르는 한국의대표적 미디어아티스트 37팀을 인터뷰하여 구성한 비평서이다. 이책에서는 1960년대 백남준이 초석을 놓은 비디오아트로부터 2010년대동시대 예술가들의 설치작업에 이르기까지 한국 국적의 미디어아티스트들의 활약상을 아방가르드, 포스트모더니즘, 포스트미디어 같은 핵심어를 중심으로 일람한다. 반세기를 훌쩍 넘긴시간을 거치면서 우리가 사는 세계와 테크놀로지는 괄목할 만한 변화를 겪었다. 하지만 새로운 세계를 마주하는여러 세대의 예술가들의 태도에서는 비교적 일관된 흐름이 포착된다. 한국미술계에서 지분을 넓혀온 동시대미디어아티스트들은 1960~1970년대 백남준, 김구림, 김순기가 꿈꾸었던 열린 미술, 소통의 미술, 비결정의 미술을 여전히 모색하고 있다. 그들의 예술은 테크놀로지를활용하는 데 머무는 대신 끊임없이 우리의 삶과 사유를 포착할 새로운 개념을 좇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된미디어아티스트 37팀의 인터뷰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예술가들의 삶과 세계 그리고 테크놀로지에 대한다소 결을 달리하는 목소리들을 들려줄 것이다.



목차



책머리에


I. 우리에게 미디어아트는 무엇이었고 또 무엇인가?
1 미디어아트란 무엇인가?
2 한국 미디어아트 반세기의 궤적

II 한국 미디어아트의 시초
1 백남준과 비디오아트
2 한국적 아방가르드 미술과 초기 미디어아트
3 작가 인터뷰
김구림 /김순기

III 한국적 포스트모던과 미디어아트
1 한국적 포스트모더니즘에 관한 단상: 모더니즘과 민중미술을 중심으로
2 신세대 미술과 미디어아트의 부상
3 작가 인터뷰
이원곤 / 육근병 / 김해민 / 채미현과 닥터정 / 신진식 / 오경화 / 김형기 / 문주 / 김승영

IV 동시대 한국 미디어아트의 동향
1 동시대 한국미술의 전개
2 포스트매체/미디어의 상황과 한국 미디어아트
3 작가 인터뷰
이용백 / 석성석 / 문경원 / 김경미 / 태싯그룹 / 김윤철 / 양아치 / 유비호 / 최우람 / 김영섭 / 지하루 / 오창근 / 김태은 / 뮌 / 서효정 / 김현주 / 강은수 / 김병호 / 에브리웨어 / 김아영 / 신승백 · 김용훈 / 김태윤 / 박형준 / 백정기 / 신기헌 / 한윤정

끄트머리에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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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강미정

서울대학교 미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대 융합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대구시 미술관 준비팀 수석큐레이터 등으로 일했다. <퍼스의 기호학과 미술사> 등을 쓰고 <신경미학>을 옮겼으며, '학제적 연구로서 신경미학의 틀짓기', '사이버네틱스와 공간예술의 진화', '디지털사진의 존재론' 외 다수의 논문을 출판했다. 현재 서울대학교에서 동시대 미술이론, 디지털미디어론, 신경미학에 관해 연구하며 가르치고 있다.

장현경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미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월간 <미술세계> 기자팀에서 근무했고, 《2019 광주미디어아트 페스티벌 White Magic City》, 2020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미디어파사드 창제작 전시 《야광(夜光)전당》, 《2020 서울라이트 DDP LIGHT ON》 등에서 해외 작가 전담 코디네이터로 일했다. 현재 전시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새로운 옛날, 오래된 미래 -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술은 무엇을 할 것인가? the Art Scene

2020년 7월 23일 대구 현대미술연구소 (아트스페이스 펄)에서 했던 세미나 <크리틱쇼, 포스트 코로나 미술생태의 미래>에 참가했습니다. 저는 두번째로 발제했습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뉴노멀 시대의 미술문화에 대한 고민이 길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술계를 비롯한 문화계의 논의에 작게라도 보탬이 될까 하여 올립니다. 



Hidden layers, 감정의 층들에 숨겨진 타자를 찾아서 Art criticism

Hidden layers, 감정의 층들에 숨겨진 타자를 찾아서


 강미정 (미학)

 

금민정은 꽤 오랫동안 건축적 공간과 영상을 중첩시켜 특유의 감수성을 드러내는 작업을 해왔다. 주어진 공간을 촬영하여 자신의 느낌이나 다른 이들의 움직임에서 포착한 수치를 바탕으로 영상을 변형시킨 후 다시 그 공간에 조작된 영상을 투사하는 방식을 한동안 꾸준히 사용했다. 숨쉬는 벽, 숨쉬는 집에서부터 옛 사람들의 자취가 남아 있는 역사적 공간까지 공간의 성격이 달라짐에 따라 작품도 확연히 다르게 나타났지만, 누군가의 과거였을 공간에 현재의 순간들을 덧입힌다는 점에서는 대체로 같은 맥락에서 조망해볼 수 있다. 그의 작업은 한마디로 공간과의 사투였던 것 같다. 그래 왔던 작가가 이번에는 주어진 공간이나 특정 장소에 연루된 테마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자연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금민정이 자연을 실내공간으로 끌어들인 것이 처음은 아니다. 문화비축기지를 감싼 외부 풍경을 내부 공간에 투사했던 적도 있고 화전민 부락에서 나무를 벽 삼아 프로젝션 매핑을 한 적도 있다. 그때는 자연 풍광 자체보다는 그 장소에 얽힌 이야기들이 작업의 주요 동력이 되었다. 우리가 역사라고 부르는 이야기들은 집단기억의 형태로 전승되어왔고, 원래 이야기를 구성한 사건들이 무엇이었든지 간에 그 장소에 현재하는 사람에게 새로운 기억과 이야기를 불러일으킨다. 언뜻 과거 전시들과 대동소이해 보이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공간성도 서사성도 전처럼 두드러지는 것 같지 않다. 금민정은 휴식을 위해, 감정을 다독이기 위해멀리 제주로 여행을 떠났었노라고 말한다. 그의 얼굴이 평온해 보인 것은 모르긴 해도 제주의 광활한 자연이 그에게 쉼을 주고 숯덩어리처럼 검게 타들어 가던 마음에 안정을 선사했기 때문이리라.

딥러닝 기술에서 말하는 ‘hidden layers’는 입력층과 출력층 사이에 있는 숨겨져 있는 여려 겹의 인공신경망을 일컫는다. 다층적이고 복잡한, 스스로 생각하는 기계의 연산 경로는 마치 온갖 느낌, 기분, 감정, 생각이 얽히고설킨 인간의 마음처럼 꼭꼭 숨겨져 있다. 인공신경망이 인간 뇌신경세포들의 복잡한 네트워크를 모방한 것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 테다. 고도로 지능적인 AI가 어떤 경로를 거쳐 특정한 출력값을 산출했는지 알 수 없는 것처럼 주어진 자극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도 어떤 과정으로부터 생겨난 것인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특히 그 반응이 기쁨, 슬픔, 분노, 질투, 사랑, 증오 같은 정서적인 것일 경우 다른 이의 감정은 물론 내 자신의 것조차 잘 납득되지 않을 때가 많다. 금민정은 말한다. 공간에 움직이는 영상을 입히기 시작하던 초기부터 자신의 느낌과 감정에 초점을 맞춰왔노라고, 그동안 남들의 이야기와 움직임을 작품에 담기도 했지만 늘 자신의 감수성이 투사됐던 것 같다고. 서울역사, 서대문형무소, 문화비축기지... 어떤 장소와 이야기를 소재로 하든지 간에 작업의 동력이 되었던 것은 그곳에서 그가 경험했던 어떤 정서적인 느낌이었다. 그러다 어느 때부터인가 금민정은 자신의 작업의 정당성과 객관성을 확인하고 싶다는 욕구를 갖기 시작했고, 하나의 방안으로 그의 작품을 감상한 관람자들의 감정데이터를 수집하여 분석하기에 이르렀다.

우리의 기분과 감정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일뿐더러, 시간이 지나면 잊히고 희미해지고 마는 한갓된 순간의 경험처럼 느껴진다. 일시적이고 덧없는 속성 때문에 과거의 철학자들은 감정을 별로 신뢰하지 않았고 따라서 숙고의 대상으로 삼지도 않았다. 감정과 느낌의 본질, 그리고 마음과 몸의 관계를 사유했던 스피노자는 이러한 합리주의적인 서양 철학의 전통에서 예외적인 존재라고 하겠다. 그는 감정, 느낌, 충동, 동기, 욕구를 통틀어서 정동(affect)이라고 부르면서 이를 인간성의 중심부에 위치시킨다. 스피노자에게 정동은 한 개체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 같은 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몸체가 다른 몸체를 만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힘이다. 나의 존재함은 그런 힘과 동일시되는 감성(sentiment) 또는 정동으로 확인될 수 있다. 정동의 작용은 양방향적이어서 나의 몸이 다른 몸에 영향을 줄 수도, 반대로 다른 몸으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흔히 말하듯이 감정은 전염성이 강하다. 우리의 행동이 대부분 고귀한 신념보다는 감정적 동기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우리 존재를 변화시키는 정동의 힘을 어렵지 않게 짐작해 볼 수 있다. 스피노자의 정동의 철학을 조금 다르게 표현하면 다른 개체들과의 관계망 속에서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조건에 관한 사유라고 할 수 있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인간 종(species)을 형성해 온 것은 다름 아닌 내면의 느낌, 감정, 충동, 욕구, 즉 정동이다.

내가 느낀 것이 맞는 것인지, 내가 해온 것이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는지회의하던 금민정은 이번 전시에서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갤러리 윈도우에는 숯을 깨어 만든 <소극적 분노_주상절리>가 늘어선 가운데 통나무가 액자처럼 풍경을 품은 <적극적 극복_수월봉>이 어우러져 있다. 갤러리를 들어서자마자 관람자는 숯 쪼가리, 나무, LED패널을 결합시킨 역동적인 설치작품 <타인의 고통_산록서로>를 마주하게 된다. 작가 자신의 경험과 타인의 감정이, 변형된 영상을 담은 두 점의 대작에 녹아들어 있다. 후회, 욕정, 환희, 희망, 자기 연민 등의 제목이 붙은 비디오소품들을 지나 전시장 안쪽 공간으로 들어서면 바닥과 전면 벽에 제주에서 촬영한 장면들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관람자들은 서울시내 한복판에 옮겨 놓은 주상절리, 함덕해변, 협재와 비양도, 한라산 숲속을 온 몸으로 체험하게 된다. 그들은 출렁이는 파도와 나무가 빽빽한 숲이 전개되고 있는 공간에서 태블릿을 통해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보고할 수 있다. 관람자들이 색상, 이미지 내용, 빠르기 정도를 묻는 질문에 답하면서 마주하는 자연 풍광은 스피노자의 에티카에서 가져온 대담, 적극, 경솔, 후회, 수치, 사랑, 연민, 환희, 욕정, 경탄, 미움, 절망, 두려움 같은 감정값을 적용하여 변형시킨 영상이다. 이상하게 울렁이고 움직이는 풍경들은 보는 사람들마다 완전히 다르게 느낄 수도 있고 대체로 비슷하게 느낄 수도 있다. 관람자들이 제출한 답변들은 감정 데이터로 수집되어 이후 전시에서 새로운 작품을 제작하는 재료가 될 예정이다.

자연에서 가져온 나무와 비디오영상의 결합으로 탄생한 비디오조각들, 그리고 공간 자체가 조형적으로 영상화된 전시장만으로도 내용이 차고 넘칠 듯한데, 금민정이 제주의 풍경에 대한 감정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려는 것은 그간의 작업과정에서 파생한 의구심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스피노자의 말대로 정동이 하나의 몸체로서 우리 각각의 존재의 핵심부를 차지하고 있다면 적어도 삶이 지속되는 한 우리는 매 순간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존재론적 변화는 기본적으로 수많은 타자와의 연결망 속에서 발생한다. 한 순간의 우리 존재는 타자의 한 양태와 마주침으로써, 오로지 그 마주침을 통해서만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짐작컨대 금민정은 예술가이기 이전에 타자를 향하지 않고서는 존재의 의미를 찾을 방도가 없는 한 인간으로서 새로운 의미생성을 향해 나아가고자 감정 데이터 처리를 방법으로 취한 것일지도 모른다.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가 어떤 식으로 도출되든지 간에 그것은 작가가 타자로, 타자가 작가로 향하는 변형과정의 단편들이 될 것이다. 금민정은 자신의 작업을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나의 작업은 지나간 나와 타인의 기억을 자꾸 지지하고 잡아내어 새로 만들어내는 기억의 공간이다, 그것이 나의 비디오이다.” 지난 몇 년간 역사적 기억의 공간들에 변형된 영상을 덧입혔던 작업들도 타자와의 만남과 이를 통한 새로운 의미생성의 추구였다. 특정 공간 안에서 느껴지는 느낌과 감정에 주목했던 예술가에게 기억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것은 기억이 언제나 감정의 꼬리표를 달고 나타나기 때문이다.

초기의 숨쉬는 벽에서부터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감정데이터 수집까지의 흐름을 되짚어 볼 때 금민정의 공간조형 영상작업은 섬세한 감성의 차원에서 추상적 추론의 단계로 이행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르게 말해 그의 관심이 경험의 질적 국면에서 양적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는 듯하다. 애초에 금민정의 작업에서 단초가 되었던 내가 느끼는 것, 나의 감정을 여러 모드로 변용시키면서 거쳐 가는 일시적 단계일지언정 현재로서는 그렇게 보여진다. 금민정은 상당히 이지적인 작가다. 다른 작가들에 비해 유달리 길고 자세하게 쓴 그의 노트들에는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하고자 하는지가 꽤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이번 전시가 작가 자신과 타인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해도 그는 지금 자신의 지적인 면모를 가장 두드러지게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비록 전시장에 방문한 관람자들에게는 작품 하나하나가 감성적으로 충일한 경험으로 다가간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역서 <신경미학> 출간했습니다 Neuroaesthetics

오랜만에 포스팅합니다. 지난 6월 15일 심리학 연구자 민철홍씨와 공역한 <신경미학>을 출간했습니다. 책의 취지와 대략의 내용을 대신하여 언론사와 서점에 보낸 보도자료를 옮깁니다. 
(*11월에 2쇄를 찍으면서 원저자인 스코프와 바타니안의 글 "신경미학(2009) 이후 우리는 무엇을 배웠는가?"를 추가했습니다.
**본서는 2019년 세종도서 학술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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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미학



마르틴 스코프와 오신 바타니안 편저

         강미정과 민철홍 옮김 

북코리아출판사 펴냄

2019615일 발행

ISBN: 978-89-6324-641-3 (93100)

신경미학이라는 신생 연구 분야의 명칭이 등장한 것은 1990년대 말이다. 신경과학자들이 여러 가지 미학적 문제들의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20년 정도 되는 것이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신경미학은 현재 학계뿐만 아니라 일반 교양인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일찍이 신경미학을 작명한 세미르 제키의 저서가 국내에 소개되고 최근 들어 저명한 뇌신경과학자 에릭 캔델이 모더니즘 미술사를 신경과학의 눈으로 바라본 저서들이 속속 번역되면서 이 새로운 종류의 미학이 국내 독자들에게도 성큼 다가서고 있는 것 같다.

마르틴 스코프와 오신 바타니안이 함께 쓰고 엮은 본서는 그동안 국내에 소개된 신경미학 저서들에 비해 더 전문적이고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14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자의 방법으로 각각의 실험실에서 따로 따로 신경미학을 연구하던 과학자들이 저술한 알찬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신경미학이란 무엇인가?’는 전공자들조차 아직도 속 시원하게 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에 참여하고 있는 저자들은 나름의 시각에서 신경미학의 정의, 배경, 역사, 그리고 연구모형을 모색하고자 애쓰고 있다. 신경미학은 철학적 미학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예술 행동과 미적 경험을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예술 행동은 예술작품 창조와 감상으로 나뉘기 때문에 채터지(7)나 자이덜(8) 같은 저자들은 뇌손상 예술가들의 임상병리학적 사례들을 분석하는 반면, 다른 장들의 저자들은 감상자의 경험을 신경생리학이나 신경영상 기법을 통해 접근한다. 또한 예술은 미술, 음악, 문학, 영화 등 다양한 형태를 취하고 있기에, 각 장의 저자들마다 주안점을 두고 연구하는 예술 분야가 서로 다르다.

역자들은 이 책이 심리학이나 신경과학 연구자뿐만 아니라 기성 미학계나 예술계의 구성원들에게도, 아니 오히려 인문학이나 예술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더 유용할 것이라는 생각에 원서에 수록되지 않은 도판들을 많이 추가했다. 이뿐만 아니라 비전문가들은 익숙하지 않은 뇌신경과학적, 미학적 용어들에 대한 주해를 각 장마다 삽입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편저자인 스코프와 바타니안을 포함하여 이 책에 참여한 저자들은 대부분 현재 신경미학이라는 학문적 신대륙을 개척하고 있는 신경과학자들을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그들은 원서가 나온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신경미학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하면서 실험실에서, 또 연구실 책상에서 씨름하고 있다. 신경미학은 과학계에서도, 철학계에서도 변방에 위치해 있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다종다양한 학문 분야를 큰 보폭으로 넘나드는 이 학제적 영역을 동시대 학문의 최전선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다 알다시피 우리는 지금 지적 합리성이 아닌 미적 감수성이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편저자 마르틴 스코프(Martin Skov)

언어학과 문학 이론으로 훈련을 받은 후 신경과학으로 박사학위 과정을 밟으며 기능 자기공명영상(fMRI)을 사용하여 미적 선호 형성의 신경생물학적 기반을 연구했다. 현재 흐비도브레 코펜하겐 대학교 병원(Copenhagen University Hospital Hvidovre) 덴마크 자기공명연구센터(Danish Research Centre for Magnetic Resonance)의 연구원이다. 덴마크어와 영어로 된 몇 권의 책의 공동 편집자이며 동료와 함께 선호 형성과 의사 결정의 관계에 대한 책을 집필하고 있다.

편저자 오신 바타니안(Oshin Vartanian)

메인 대학교(University of Maine)에서 콜린 마틴데일(Colin Martindale) 박사의 지도를 받아 실험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토론토 요크 대학교에서 비노드 고엘(Vinod Goel) 박사의 지도하에 인지신경과학으로 박사 후 과정을 마쳤고 토론토의 캐나다 국방연구개발원(DRDC)에서 데이비드 R. 맨델(David R. Mandel) 박사의 지도하에 방문 연구원 과정을 마쳤으며 현재DRDC의 국방과학자이자 토론토 대학교(University of Toronto) 심리학과 대학원 겸임교수(Cross-Appointed Graduate Faculty)이다. 창의성, 추리, 의사결정 등 고차 인지 기능의 신경 기반과 선호 형성 및 미학의 신경 기초를 연구한다.

역자 강미정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미술이론과 기호학을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대구시 미술관준비팀 수석큐레이터, 서울대학교 융합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카이스트 인문사회과학부 대우교수 등을 역임했다. 그동안 미술이론의 역사, 찰스 S. 퍼스의 기호학적 프래그머티즘, 디지털미디어론 등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왔고, 현재는 서울대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가르치면서 신경미학과 미디어아트의 역사를 중심으로 예술과 과학을 가로지르는 학제적 연구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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