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 마클레이(Christian Marclay)의 사운드아트를 보다 Art criticism

리움에서 하는 크리스챤 마클레이의 <What You See Is What You Hear(보는 것이 듣는 것이다)>전을 보고 왔다. 간만에 하는 이태원나들이에다 리움의 블럭버스터 전시라 기대도 없지 않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썩' 괜찮았다. 한가지 실망스러웠던 것은 작품 수가 고작 3점이었다는 것. 

마클레이의 컨셉은 "보이는 소리"다.  안내원이 시키는 대로 첫번째 작품, <시계>가 상영되는 방으로 들어갔다. 영화관처럼 어두운 방안에서는 비교적 낯익은 영화들이(주로 헐리웃 영화다. 채플린 영화도 나온다.) 끊임없이 몽타쥬된 작품이 상영되고 있었다. 아무런 사전지식이 없었던 나는 단편, 단편 보이는 장면들이 무얼 의미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몇 분 지나고 나서 비로소 화면의 시계가 거의 정확하게 현재 시각을 지시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엔 우연의 일치라고 여겼는데, 계속해서 내 시계의 분침과 영화 속 시계의 그것이 일치하는 것을 보곤 작가의 농간을 파악했다. 방을 나오면서 확인한 상영시간은 24시간. 마클레이는 하루 24시간의 각 시각에 맞추어 거의 5000여편의 영화들을 짜집기했단다. 그것도 나름 연속성있게 말이다. 이때의 연속성은 내러티브의 일관성과는 별로 관련이 없다. 전적으로 소리와 비쥬얼의 연속성이다. 화면은 전환하지만 이전 장면의 소리는 잔상처럼 남기는 방식이 자주 사용되었다. 

<시계>를 보고 나오니, 홀에는 <전화>가 상영되고 있었다. 끝없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도 여러 영화에서 잘라낸 장면들에서 나온  것이다. 역시 대사와 대사로 이어지는 일관성은 별로 의미가 없고 전화벨 소리와 전화를 통해 소통하는 행위 자체가 전시되고 있었다. 가장 흥미로왔던 것은 큰 방에 있었던 <비디오4중주>다. 

4개의 화면은 하나의 영화에서 혹은 서로 다른 영화에서 가져온 장면들이다. 마찬가지로 빠른 몽타쥬기법으로 각 화면이 구성되어 있다. 물론 4개의 화면들은 콰르텟답게 한꺼번에 진행된다. 현악기 연주하는 장면, 피아노 치는 장면, 노래하는 장면들이 4개 화면에 동시에 출현한다. 각 화면이 전혀 다른 영화, 전혀 다른 곡을 들려줌에도 불구하고 콰르텟으로 들려주는 하모니는 실로 놀라웠다. 그것도 영화를 통해 보여주는 사운드! 가히 사운드아트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전통적으로 청각은 시각에 비해 열등하다고 여겨졌다. 우리가 가장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수단, 달리 말해 우리에게 가장 직접적이고도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 시각경험인 것 같다. 이에 비해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은 지식이나 정보제공에 있어서는 부차적인 대신, 감성적 경험의 제공수단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지적 경험과 감성 경험은 단순하게 분리시킬 수 있는 것 같지 않다. 마클레이의 아트의 소재가 되고있는 영화의 배경음악, 음향효과를 생각해보라. 소리가 없는 영화, 소리가 없는 세상은 얼마나 삭막하겠는가? 보는 음악, 듣는 미술의 시대의 도래는 어쩌면 동시대 아트가 필연적으로 거쳐야할  진화의 한 단계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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