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nter space: design + the modern kitchen the Art Scene

Counter Space전은 MoMA(뉴욕근대미술관)에서 지난 9월 시작해서 올해 5월까지 개최하는 부엌인테리어 전시다. 미술관에서 디자인전이나 건축전을 한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부엌이란 공간과 주방용품에 집중 조명한 전시는 별로 본 적이 없어서, 웹사이트를 즐겨찾기 해놓고 가끔 들어가서 자료를 보곤 했었다. 명색이 주부라서 더 관심이 가는걸까? (작년에 이사하면서 내가 제일 공들여 변경한 공간이 다름아닌 주방이다. 여기서 공들였다는 것은 돈이 가장 많이 들었다는 말씀. ^^) 아무튼 전시제목을 "반공간"이라고 붙일 정도로 부엌이란 공간은 그간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것 같다. 

물론 부엌이 주택과 가정에서 차지하는 기능은 그렇지 않다.  화장실과 함께 부엌은 주택의 필수적인 공간이지만, 적어도 디자인이란 측면에서, 다시 말해 보여진다는 측면에서 부엌과 화장실은 노출되고 보여지기보다는 안에 숨겨진 공간으로 남아있었다. 그러고 보니, 피츠버그에 있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낙수장이나, 시카고에 있는 로비하우스를 방문했을 때 화장실이나 부엌을 봤던 기억이 없다. 어쩌면 봤는데도 기억을 못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이 숨어있던 공간들은, 반대로 보여지기 위해 디자인된 돌출된 공간 - 가령 거실이나 서재 -에 비해 잘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건축이 강철이나 강화유리 같은 신소재 덕분에 현대기술문명의 상징인 마천루를  세계 대도시 곳곳에 세울 수 있었던 것처럼, 부엌공간의 인테리어도 신소재와 새로운 테크놀로지 덕분에 효율성과 기능성을 강화하게 되었다. "신부엌New Kitchen"은 1926-27년 사이 프랑크푸르트에서 활동한 마거릿 쉿트-리호츠키의  부엌 디자인에서 나온 컨셉이란다. 프랑크푸르트 부엌이 합리적인 설계와 대중적 보급이 가능한 생산 시스템을 갖춘 최초의 부엌이라는 것이다. 이후 모스크바, 프라하, 브뤼셀, 베를린으로 퍼져 나간 신부엌 개념은 주방공간의 합리화와 편리하고 내구성있는 주방용품의 보급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장하준의 <23>에서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고 가장 공감이 되었던 것은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더 세상을 많이 바꿨다"는 내용이었다. 세탁기, 식기세척기, 청소기 같은 여성의 가사노동의 수고를 더는 가전제품들이 우리의 일상에 가져온 혁명적 변화를 생각해보라. 아니라고? 남자들에겐 해당사항이 없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청소기, 세탁기가 없다고 생각해보라. 남자건 여자건 이런 가전제품들 덕분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벌고 있는가? 물론  여성의 가사 수고를 덜어줬다는 의의가 가장 크다. 아니 반대로 여권이 신장되고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이런 종류의 가전제품 개발이 활발해졌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가사노동의 장인 부엌 인테리어의 변화는 얼마나 큰 변화를 초래했던가? 전통가옥의 부엌구조를 잠깐 떠올려봐도 현대적 부엌디자인의 도입은 가정생활에 가히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뭐, 생각해보면 아무리 여권이 신장했고 사회진출도 활발해졌다 하더라도 여전히 가사와 육아는 여자의 몫이지만, 어머니와 아내들이 '신부엌' 덕분에 절약한 시간을 다른 생산적인 노동에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은 확실하다. 

Margarete Schütte-Lihotzky (Austrian, 1897–2000). Frankfurt Kitchen from the Ginnheim- Höhenblick Housing Estate, Frankfurt-am-Main, Germany, 1926–27. Installation view of Counter Space: Design and the Modern Kitchen.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September 15, 2010–May 2, 2011. 8'9" x 12'10" x 6'10" (266.7 x 391.2 x 208.3 cm).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Gift of Joan R. Brewster in memory of her husband George W. W. Brewster, by exchange and the Architecture & Design Purchase Fund, 2009. Photograph by Jonathan Muzikar

각설하고, 전시 자체로 다시 돌아오면, 여기 전시된 모든 아이템들이 전부 모마 소장품이라는 대목이 눈에 띈다. 모마의 디자인 컬렉션은 꽤 일찍부터 시작된 걸로 아는데, 모마는 다양한 디자인 제품들을 판매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모마에선 고급스러운 식기류를 포함해서 다양한 디자인 제품들을 제작, 판매하고 있다. 몇년 전 새단장한 모마는 디자인샵 건물을 별도로 만들어 두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우리네 미술관에선 어디를 가나 똑같은 기념품을 미술관 귀퉁이 작은 공간에서 판매하고 있을 뿐이다. 가끔 디자인전이 개최되기도 하지만, 내가 알기로 디자인 컬렉션을 하는 미술관은 현재 국내에 거의 없다. 아마 예술의 전당 한가람 디자인미술관 정도 있을까? 광주디자인비엔날레도 컬렉션 예산을 따로 책정하지 않는다는 얘길 들었다. 디자인과 미술의 긴밀한 공조관계, 그리고 무엇보다도 최근 급증하는 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생각해볼 때, 디자인컬렉션이나 전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혁신적 디자인의 중요성을 말로만 되풀이 하지 말고, 미래의 디자이너 양성을 위해 디자인 컬렉션이나 전시예산을 점진적으로라도 늘려갔음 하는 바램이다. (이게 미술관 관계자가 홀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지만 말이다.) 이젠 더이상 고급한 미술과 대중적인 디자인이 따로 존재하는 시대가 아니다. 그런 시절은 한참 전에 가버렸다. 

덧글

  • 禹公移山 2011/04/15 20:48 # 답글

    요기 숨어계셨네~ 이글루를 사용하시는거 같은데 어케 주소가 mijk21.net으로 되지요? 글고 여기는 친구블로그 맺고 그런 기능이 읍나보네요~놀러오기 어렵겠어요~
  • mijung kang 2011/04/16 15:07 # 답글

    링크 안되냐? 내 블로그 링크한 사람들 있던데... 도메인은 홈피처럼 쓸려고 산거고, 여긴 필요할 때, 심심할 때 끄적거린 글들 모아놓은 곳. 트위터에서 만남세, 우교수. ^^
  • 아슈 2020/04/21 23:05 # 삭제 답글

    counter space의 counter는 '반'이 아니라 '(부엌의) 조리대'라고 해석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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