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같은 사진, 환상 같은 현실 : 원성원의 사진에 관해 Art criticism

20131월 초, 융합기술연구원 로비에 대형 사진작품이 들어왔다. 제목은 <소심한 오늘(Rippling Today)>(2012). 이 작품은 원래 양 옆에 각각 <쌓여가는 어제(Piling Yesterday)><움직이는 내일(Wondering Tomorrow)>이 함께 설치되어야 하는 3부작의 일부다. 작가 원성원은 어제, 오늘, 내일의 시간에 대한 상념을 세 폭의 사진작품에 담고자 했다. 우리는 늘 현재를 살아가지만, 현재의 각 순간들에는 과거와 미래가 동시에 용해되어 있다. 과거의 축적덕분에 오늘의 가 있고, 는 미래를 향한 몽상, , 또는 희망이란 이름의 꽃을 피우지 않는다면 이 순간을 지탱할 수 없다.

[원성원, <소심한 오늘 Rippling Today> 2012]


그런데 원성원의 사진은 마치 한 폭의 풍경화처럼 보여서 보는이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 “이게 사진이야? 그림 아니었어?” 하는 것이 그의 작품을 본 대부분의 사람들의 첫 반응이다. 그렇다. 비록 우리가 알고 있는 순간 포착의 이미지는 아닐지라도, <소심한 오늘>은 사진이다. 미술에는 꼴라쥬라는 붙이기 기법이 있다. 또 사진이나 영화에도 잘라 붙이는 제작기법인 몽타쥬라는 것이 있다. 마치 그림 같은 사진을 만드는 원성원은 꼴라쥬 내지는 몽타쥬를 디지털 방식으로 수행하는 사진가다.


WON SeoungWon from Korean Artist Project on Vimeo.

작가는 이미징 툴을 가지고 적어도 300, 많으면 500장의 디지털 사진에서 고르고 오려 붙이는 수고스러운 과정을 거쳐 하나의 작업을 완성한다. 각기 다른 장면에서 선택된 형상들을 한 화면에 붙이다 보니 원근법적 구도가 파괴될 수밖에 없다. 서로 다른 공간과 시간에서 탄생한 이미지들을 한데 조합시킨 결과, 원성원의 사진엔 순간적 이미지가 아니라 어제, 오늘, 내일에 걸친 이야기가 담기게 되었다. 작가와 주변인들의 이야기는 새로운 하나의 이미지로 탄생하여 작가의 어린 시절 추억을, 주변인들의 일상적 희로애락을 풀어놓게 된 것이다. 언뜻 보면 그림 같고, 사진이라고 하기엔 다소 환상적인 원성원의 이미지는 적어도 작가 자신과 그의 지인들에겐 어떤 다큐멘터리보다도 진실한 삶의 기록일지 모른다.

최근 사진이 미술계에서 주요 매체로 부상하게 된데는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이 한 몫을 했다. 디지털 툴 덕분에 이미지의 조작과 합성이 용이해졌고, 사진 매체는 단순한 기록의 수단을 넘어 예술적 표현의 도구로 거듭날 수 있었다. 사진가이기 이전에 예술가인 원성원은 말한다. 현상과 인화의 과정을 거칠 필요 없다는 점에서 '손쉬운' 디지털 이미지 만들기 대신 수많은 이미지들을 재배열하는 수고스로움를 택하게 된 것은 역발상을 통해 자신만의 표현 방식을 추구한 결과라고. 독창성과 창의성은 비단 예술가에게만 요구되는 덕목은 아닐 것이다. 과학자나 엔지니어도 남다르고 새로운 발상을 위한 창의력을 필요로 한다. 짐작컨대 과학적, 기술적 혁신은 원성원이 역발상이라고 말한 태도에서 나오지 않을까 싶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기꺼이 선택하고,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려는 예술가의 태도, 이것이야말로 융합기술원의 연구자들이 무엇보다 벤치마킹해야 할 대상이 아닐까 생각된다.


[* 이 글은 서울대학교 융합기술연구원 로비에 비치된 원성원의 작품 <소심한 오늘>(2012)에 대한 소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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